요즘 사람들은 그저 사진 몇 장 찍으러 오겠지. 하지만 남해 독일마을 펜션이라는 게 말이야, 단순한 숙소만은 아니었어. 한때는 해외에서 고생하다 돌아온 이들이 고향 정취라도 느껴보려고 하나둘 지었던 집들이지. 처음엔 순전히 그런 마음으로 시작된 건데, 지금은 뭐... 죄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테마파크 흉내 내기에 바쁘더군. 그래 봤자 본토 맛은 어차피 안 날 텐데, 뭘 그리들 애쓰는지 몰라. 괜한 수고만 더할 뿐이야.
사실, 독일마을 펜션들의 그 독특한 지붕 경사와 하얀 벽, 그거 다 이유가 있는 거였어. 독일 건축 양식이 대체로 눈 많이 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붕을 가파르게 만든 경우가 많거든. 눈이 쌓이지 않고 바로 흘러내리도록. 여기 남해가 눈이 그리 오는 곳은 아니지만, 당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고향의 정취를 살리겠다고 고증에 얼마나 애썼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야. 설계도까지 직접 구해와서 지어 올린 것들인데, 지금은 그냥 보기 좋은 디자인 정도로만 치부해 버리더군. 그 안에 담긴 사연이나 세월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 씁쓸한 일이야.
그러니 이 남해 독일마을에서 숙소를 잡으려거든, 그냥 "예쁘다"로 끝내지 말고 한 번쯤은 생각해 보라고. 물론 요즘 새로 짓는 곳들은 편의 시설이니 뭐니 해서 괜찮아 보이긴 할 거야. 하지만 예전의 그 분위기라는 건 말이야,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였어. 다들 아침 일찍 마을 어귀를 돌며 이웃과 인사하고, 저녁엔 마당에서 조용히 맥주 한 잔 하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은 뭐, 단체 관광객들 우르르 몰려와서 밤늦도록 시끄럽게 떠들다 가고, 다음 날 또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반복하고. 어차피 뭘 기대해 봐야 실망만 클 텐데, 너무 큰 환상은 갖지 않는 게 이로울 거야.
그래도 굳이 이곳에서 하룻밤 보낼 생각이 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어. 다만 너무 화려하거나 '새것' 같은 곳보다는, 조금은 낡고 투박해 보이는 곳을 골라보는 건 어때. 그런 곳들이 의외로 옛 정취를 조금이나마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거든. 물론 시설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거 못 참는다지만, 뭐, 어차피 안 될 일에 너무 목맬 필요는 없잖아. 그냥 원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야. 어차피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퇴색하는 게 순리니까. 그래도 남해에서만큼은 그 느리고 낡은 것들이 주는 위안이 있을 거다, 아마도.